폐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중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폐 조직의 특성상 신경이 적어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해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질환이 늦게 발견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초기에는 기침이나 숨참, 피로감 등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피로나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같은 중증 폐 질환도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면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조기 진단의 중요성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26년 1월부터 만 56세와 66세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폐기능 검사를 신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호흡기 질환의 조기 발견과 예방적 건강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변화로 평가된다. 호흡기내과 전문의 전상훈 원장(삼성장편한내과)에게 폐기능 검사의 중요성과 조기 진단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폐기능 검사는 어떤 검사인가요?
폐기능 검사는 폐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지를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마우스피스를 통해 일정한 패턴으로 숨을 내쉬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폐활량(vc)과 1초간 강제호기량(fev1)을 분석해 폐의 탄력성, 기도 저항, 공기 흐름 속도를 평가합니다. 검사 과정은 간단하고 통증이 없으며, 약 10분 내외로 마무리됩니다.

폐기능 검사가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현재는 자비로 진행되는 선택검사이지만, 국가검진으로 확대되면 모든 국민이 비용 부담 없이 조기에 폐기능 저하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흡연자나 미세먼지 노출이 많은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폐질환은 조기 발견이 진단보다 더 중요합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조기 치료를 통해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폐 질환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런가요?
맞습니다. 폐는 신경이 적기 때문에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에는 단순 기침이나 숨차는 증상, 피로감 정도로 나타나지만 점차 만성 기침, 호흡곤란, 가래 증가로 악화됩니다. 따라서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분들이 폐기능 검사를 꼭 받아야 할까요?
흡연자나 과거 흡연력이 있는 분, 그리고 미세먼지에 자주 노출되는 직업군(택배, 운전, 건설업 등)이 우선 대상입니다. 또한 40세 이상 중·장년층,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는 분들, 3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는 경우에도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폐기능 검사로 어떤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나요?
대표적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폐섬유화, 노화로 인한 폐탄력 저하 상태를 조기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에서 1초간 강제호기량(fev1)이 정상 예측치의 80% 미만으로 낮게 나오면 폐 기능 이상을 의심해야 합니다. 조기 진단을 통해 흡입기 치료나 호흡재활을 시행하면 질병 진행을 늦추고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폐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가장 우선시할 습관은 금연입니다. 흡연은 폐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위험 요인입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외출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는 kf94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실내에서는 환기를 자주 하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폐활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폐는 '조용히 손상되는 장기'입니다. 기침이나 숨참, 단순 피로감도 폐 기능 저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1~2년에 한 번은 폐기능 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내년부터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 검사가 포함되면 더 많은 분들이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고 치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